세상 한 가운데서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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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20190205

수이 Sooi 2019. 2. 5. 14:18

   아무 날도 아닌 것 처럼 자연스럽게 구정을 보낼 줄 알았는데, 사방이 떡국 사진과 차례사진이니 괜사리 설날이라는 게 더 느껴진다. 괜히 마음 정리를 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인턴 일로 나는 한국의 4인이 사는 큰 아파트에 홀로 있고, 나머지 가족은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다. 같이 가자고 가자고 몇 달 전부터 아빠와 엄마가 설득했지만, 나의 마음은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 가족의 행사가 나의 영순위가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건강문제 등이 아닌 오락거리라면..? 어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컸던 것 같다. 


   몇 달 미뤄왔던 브라이튼에서 생활했던 곳의 전기세 이메일 답장을 드디어, 후. 드디어 보내고 나니 십년 묵은 변비가 내려간 기분이다. 그리고 미술관 일로 바빠 잘 하지 못 했던 메세지 답장들을 보냈다. 먼저 나를 찾거나, 말을 걸어 주는 이들이 있다는 일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답장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는데 다시 말을 또 걸어주다니. 고마웠다. 


   어제는 늦장을 부리며 늦게까지 잠을 자다가 마사지를 받았다. 소개 받은 곳이었는데, 강남에 있는 곳인데 2시간 프로그램이 20만원은 커녕 15만원도 안 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영업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마사지선생님은 온 몸이 뭉쳐있다며 연신 놀라하셨다. 소리내지 않고 잘 참는다며 칭찬(?)도 해주셨다. 음, 내가 이렇게 참을성 있는 사람이었던가.. 나와서는 신논현역으로 가서 강남교보문고에 들러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 책을 샀다. 며칠 전 레베카 솔닛의 <길 읽기 안내서> 북토크에 갔었는데, 패널이셨던 건축가 강예린님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이 동시에 읽었다며 '요즘에 안 읽으신 분이 없죠?'한 책이었다. 안 읽으신 분.. 바로 저요.. 부끄러운 마음에 읽어야지 했다. 직접 서점에 가서 실물을 보니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떄와 표지 이미지가 굉장히 달랐는데, 정말 세련되고 거의 북아트 수준이었다. 적에도 나에겐! 너무 예쁘지 않은가?



이 책이 배치 되어 있는 곳은 한국소설 세션이었는데, 정말 모든 책의 디자인이 인테리어만을 위해서 사고 싶을 만큼 너어무 예뻤다. 요즘 사놓고 안 읽은 책이 많은데, 홀려서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바로 같이 사 버릴 뻔 했는데, 겨우겨우 참았다.



   <길 읽기 안내서>는 정말 10분의 1도 읽지 못한 상태에서 북토크에 갔다. 창피했지만, 북토크에 아직 가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 자리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고, 다가오는 전시 준비로 너무나도 반복적인 바쁜 (아직 인턴이라 덜 바쁜 것이 함정이랄까..) 일상에서 잠시 몇 시간이라도 탈피하고 싶었다. 이번 년도가 시작될 즈음 2019년에 이루고 싶다며 다짐 한 것이 다독이었는데, 단 한 권도 읽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니, 너무 현타(를.. 더 현학적인 단어로 뭐가 있을까요..)가 왔다. 지금까지 가방끈만 늘려 자기혐오와 열등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와중에 겨우 일을 할 수 있어 신나게 야근하며 일하고 있었는데, 책 한 권 읽기 힘들다는 현실이 푹 다가오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너무 배부른 생각일까?

   다행히도(!) 반비에서 나오신 진행자 분께서 '여기서 책을 다 읽고 오신 분도 있고 안 읽고 오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이라는 말을 하셔서 좀 당당해 질 수 있었다. 한 시간 가량 건축가님의 말을 듣는데, 너무 즐거웠다 여러모로. 다른 환경, 장소, 사람이 나에게 주는 새로운 바람이 너무 상쾌했고 신났다. 


  책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제 교보문고에서 여행 에세이들을 보며 생각 했던 것이 다시 떠오른다. 그림이든 글이든 남겨야 한다! (쌩뚱..) 그리고 행동력이 중요하다 결국.. 들척이며 봤는데, 나와 비슷한 경험을 글로 풀어낸 것 같은 글들도 많이 보였다. 나에게 무언가 알 수 없는 위로가 되었다. 그래, 나도 책 낼 만한 일을 겪어 온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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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구정을 맞아  올 해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려볼까?


  0. 정말 책을 많이 읽고 싶다. 지금은 그 반대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직장을 언제 때려치느냐(..)에 달려있겠지..

  0.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작업 생각이 든 것은 정말 거의 ..음 기억이 안 날 수준이다. 아예 그릴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그림을 타의에 의해 그리니 역설적이게도 내 실력이 더 객관적으로 보였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것은 무엇이지..

  0. 포토샵, 일러, 인디자인.. 하.. 하고 싶은 목록에 이 것들은 언제즈음 빠지려나..  매일 다짐 하는데, 진행 되지 않는 일 1순위..

  0. 여행! 여름의 스페인을 다시 만나고 싶다. 나의 정체성.심상에 많은, 정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스페인에서 지냈던 시간들.. 지금 만나면 또 다른 모습이 나를 반겨줄 것이다. 

  0. 지금 생각 나는 것들은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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