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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한 가운데서 춤을
20181213 본문
지난 내 일기를 보는 것은 왜 이리도 즐거울까.
나의 기분이 그대로 전달이 되는 느낌이다. 다시 그렇게 걱정 없이 행복한 시간이 올까.
읽는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진다. 일기라 눈치 안 보고 내 잘난 척을 하는게 진짜 웃기다. 하하하
2016년 2월 3-4일 수-목요일
열두시가 넘었기에!
드디어 무언가를 하는 날이었다! 말라가에 와서 제대로 생산적인 일을 한 게 별로 없어서 좀 우울해져있었는데 말라가대학교 부설 어학원에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BBVA에 가서 체크카드를 수령해야 했던 나는 학교에 늦을 수 밖에 없었다. 7시에 알람을 맞추어 놓았는데 6시 50분 경에 거짓말같이 눈이 저절로 떠졌다. 어떤 꿈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분명 무슨 꿈을 꾼 것 같다. 나 말고 두 투숙객은 새근새근 자고 있어서 핸드폰으로 불을 낀 다음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닫은 후에야 화장실 불을 켰다. 어차피 잠에서 조금 깨었을 것 같지만, 이 부분은 호스텔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럼 돈 더 내고 개인실 써야지. 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고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다 하고 호스텔을 나가려니 8시 20분 정도였다. 도착하니 32분이었는데, 은행은 아직 열지 않았다. 준비가 되어가는 것이 보였지만, 30분이면 30분에 딱 열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나 이외에도 한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페인은행은 정말 열어있는 시간이 이르고도 짧다. 내가 계좌를 만든 BBVA기준으로 보면 오전 8시 30분에 열어서 2시 15분에 문을 닫는다. 대박이다. 우리나라 4시도 나는 참 이른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스페인사람들도 힘들겠다 싶었다. 들어가니 계좌를 만들 때 도와준 은행원 말고 다른 분이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았고 카드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나의 아직 미숙한 스페인어와 외관을 보고 짐작하신건지 Erasmus냐고 하셨다. Erasmus는 아니지만 어쨌든 교환학생이라고 했다. (말라가에는 교환학생이 정말 정말 많은 것 같다.) 계좌를 만들 때 도와준 직원은 조금 생각보다 딱딱하다고 생각했었다. 스페인어가 막힐 때 마다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면 해주시기는 하는데 답답해 하시는 것 같아 죄도 아닌데 가슴이 괜히 콩닥콩닥 뛰었었다. 그런데 카드수령을 도와주시는 이 분은 훨씬 인자해 보이셨다. 외국인학생이 더듬더듬 계좌를 만들고 카드를 찾으러 오니 귀여워 하시는 느낌이었다. 받고 나서 바로 학교에 빨리 갈까 하다가 한 번 확인을 하고 싶어서 밖에 있는 ATM기계에 카드를 넣어 보았다. PIN 코드를 입력하라고 떴다. 순간 혼자 정적. 음? 내가 비밀번호를 만들었었나? 기억이 안 났지만 기억이 안 나는 건가보다 하고 항상 하는 비밀번호를 눌러보았지만 fail. 가능성있는 모든 것을 눌러보았지만 다 아니랜다. 이씨. 학교 이제 가야하는데, 지은이와 상희에게는 그냥 먼저 학교에 가라고 했다. 다시 은행으로 들어갓 PIN코드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분이 도와주셨다. 알고보니 핸드폰으로 번호가 오는 시스템이었다. 계좌를 만들었을 당시에는 핸드폰을 이미 정지시킨 상태여서 문자 메세지를 보낼 수도 받을 수 도 없었다. 그 날 이후 보다폰에서 유심 카드를 샀기 때문에 다행히 번호를 입력해서 번호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무사히 학교 도착. 앉아 계신 직원 분인지 선생님인지 모르겠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말하는 것을 보니 일단 B인 것 같군! 헤헤 고롬요. 출력된 반 배정을 찾아 보니 나는 인터넷으로 시험 본 결과와 같이 B2였다. 인터넷으로 결과를 알았을 때에는 잘 나온 것 같아서 어이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왜 인지 모르게 기죽지 않고 그냥 당당하게 들어갔다. 반을 찾아 들어가는데 이미 밖에서부터 시끄러웠다. 분명히 서로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게 선생님이 시킨 것 같았다. 내 예상은 맞았고, 스윽 보니까 나 말고 한국인이 한 명 더 있는 것 같았다. 몇 명은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누가 선생님인지 몰라 멀뚱대다가 선생님이 먼저 내게 인사해주시고 000(내 이름)맞냐고 물어보셨다. 나도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야하냐고 묻자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친구들을 구경했다. 칠판에는 ‘이름이 뭐니’, ‘어디서 왔니’, ’무슨 공부하니’, ’얼마나 말라가에 있니’ 따위의 질문들이 스페인어로 써져있었다. 순간 흠. 나 이 반에 확실히 있어도 되겠군 싶었다. 가만히 선생님과 한 학생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한 친구가 눈이 마주치자 먼저 말을 걸어왔다. 우리 이거 대화해야 한다고. 오 좋아. 하고 자신감 있게 대화를 했다. 그 후에도 영국에서 왔다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다. 1년 안 되게 배웠다고 하자 말을 잘 한다며 칭찬해 주었다. 뿌잉뿌잉! 그러다가 선생님이 나를 다시 불렀다. 스페인어를 얼마나 공부했는지, 마지막에 어떤 레벨에 있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10개월 했고 B1에 있었다고 하니 그럼 잘 왔다고 하셨다. 그래, 선생님이 잘 맞게 왔다는데 뭐! 늦게 와서 조금 걱정했는데, 레벨을 바꾸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대화하고 옮기고 뭐하고 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서 아무 문제 없었다. 다행이었다. 조금 정리가 되었을 때 벌써 1교시가 끝났고, 한 명 남아있던 한국인도 반을 바꾸어 이 반에 한국인은 나만 있게 되었다. Lola라는 이름의 선생님은 늦게 온 친구들이 있으니 시간표를 알려주라고 했다. 다들 첫 날이라 소심해서 가만히 있는데, 한 친구가 먼저 다가와서 자신의 공책을 보여주었다. 누가 봐도 착한 친구였다. 다가와줘서 정말 고마웠다. 시간표를 배끼고 나서 짧은 대화를 했다. 그 친구는 불어권 캐나다 지역 몬트레올에서 왔고 엔지니어를 공부한다고 했다. 이 친구도 내가 스페인어를 10개월했다니 놀라는 눈치였다. 말 잘 한다고. 그리고 어디 사냐고 물어보아 La plaza de la Merced광장에 살 거라고 했더니, 자기도란다. 그래서 내가 광장 가까이 사는 게 아니라 아예 광장에 산다고 했더니 나도! 이런다.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하니 내 바로 옆 건물에서 산다고 했다. 신기했다! 좋은 출발인 기분이었다. 이 친구랑 친해지고 싶었다. 반갑다면서 대화를 마치고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되었다. Lola보다 더 좋았다. Begoña라는 선생님이셨다. 꼭 EF에 있는 선생님들처럼 에너지가 넘쳤고,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좋아하시고 학생을 사랑하시는 게 느껴졌다. 게다가 말을 빨리 하시는 데도 발음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정말 집중했다.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다시 스페인어를 스페인어로 공부하고 대화하는 게 너무 신나고 선생님도 좋아서 즐기다보니 그냥 50분이 지나갔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억양이 있다고 어디서 공부했냐고 여쭤보서서 마드리드라고 했더니 아! 나도 마드리드 사람이야! 라고 되게 반가워하셨다. 벌써 애정이 샘솟는 선생님 이었다.
두 번째 수업 이후에는 20분의 조금 더 긴 쉬는 시간이 있었고 쉬는 시간이 끝난 후 올라오면서 독일 친구 한 명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같은 반 친구인 Nanna라는 친구는 들어올 때 부터 아 독일인이겠다. 싶었다. 정말 독일인이었다. 하얀 피부에 파란 눈, 키는 크고 과하지 않은 편하고 세련된 패션, 높이 깨끗하게 묶은 금발머리. 이건 누가 봐도 독일인이었다. 이야기하는데, 독일에 대한 애정도 더욱 샘솟았다. 이 친구도 정말 좋은 스테레오타입의 독일인이었다. 잘 웃고, 편견없이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고, 착했다. 독일친구도 많고 음식도 좋아해서 좋아하는 나라라고 하니까 좋아하고 놀라했지만, 음식이 맛있다고? 난 싫어!라고 했다. 귀여웠다. 채식주의자라고 했다. 아, 그래서 이렇게 날씬하군!
수업이 4교시까지는 그럭저럭 시간이 잘 갔는데, 5교시쯤 되니 좀 길긴 길다 싶었다. 그래도 첫 날이라서 나름 시간이 빠르게 간 것 같았고, 여러 친구와 대화도 해서 기분이 좋았다. 재작년 생각이 나면서 기분이 좋았다. 반 분위기도 좋고 친구들도 착한 것 같았다. “유럽부심” 개 쩌는 친구가 운이 좋게도 하나도 없었다. 영어같이 스페인어를 읽는 미국인도 없었다. 다들 수업시간에는 스페인어로만 이야기하려고 했고, 나름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첫 수업을 잘 마친 것 같아서 정말 뿌듯했다! 내 스페인어는 죽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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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읽고 나니 최근 조금 우울 했던 기분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아...! 너무 좋다 너무너무. 저 떄 얼마나 스페인에 다시 가기를 나는 기다렸는지. 해외에 나가서 다른 나라의 친구들을 얼마나 더 사귀고 싶었던지. 그 날씨, 오지랖 넓은 사람들 성격, 음식. 그걸 나처럼 좋아해서 모인 여러 나라 아이들. 나 처럼, 마음이 이미 열려 있는 아이들.
이러한 환경에 나는 다시 놓일 수 있을까?
그러면, 다시 그래서 저렇게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