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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올해의 첫, 강원도 여행 일기 1 (청량리역, 삼척, 와우펜션)

수이 Sooi 2020. 8. 19. 00:49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몇 주 전부터 8월 광복절 ~ 대체 휴무일에는 강원도 여행이 잡혀있었다.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여행 날짜가 코앞에 와 있었다. 부모님은 광복절의 전날인 14일부터 여행을 떠나 4인 가족이 생활하는 넓은 집에서 다시 나 혼자 짧은 시간이나마 있게되었다. 그리고 어...

기록의 중요성을 이렇게 또 깨닫는다. 쫄면에 당근, 오이, 양배추를 썰어 넣에 만들어 먹은 것과 넷플릭스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보았던 건 기억이 나는데, 그 외에 여행 전날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행 짐은 친구들과 카톡을 하고, 브이로그 영상을 배경음악 삼아 틀어놓으며 새벽 늦게 쌌다.

 

올해 제대로 된 첫 여행이었기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설 때는 실감도 잘 나지 않았다. 그러나 2박 3일 동안 알찬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소화했다. 꽤 오랜만의 여행이어서 느낀 감정들은 더 강렬하고 생생했다. '여행'의 의미까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나에게 매우 소중한 3일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떠올랐던 단상들을 잊고 싶지 않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개인 다이어리에 적어 내려가다 글이 길어질 것 같은 확실한 예감이 들어 일기가 더 길어지기 전에 펜보다는 빠르게 글자를 쓸 수 있는 키보드로 손을 옮겼다. 지금부터 했던 일들과 감상이 기억이 나는 대로 적어나가 보려 한다.

 

 

 

2020년 8월 15일 토요일

 

나는 잠들기 전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를 서너 번 되뇌고 자면 다음 날 정말로 늦지 않게 기상한다. 단점은 너무 일찍 깨서 이후헤 한두 번 쪽잠을 더 자고 일어나 깊은 수면을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남에게 피해 주는 게 너무 싫은 나로서는 중요한 날 늦는 것보다는 피곤한 것이 백번 낫다. 14일 저녁, 아니 15일 새벽에도 오랜 친구 채영이가 강력히 추천해준  넷플릭스 <포즈>를 보다가 눈을 붙이기 전에 알람을 맞추고 세 번 '내일 일찍 기상!'을 마음속으로 외쳤다. 

세 시간 정도 잤을까. 눈을 떠 보니 며칠간 서울에선 자취를 감췄던 폭우가 다시 와있다. 전처럼 밖이 하얗게 보일 정도의 강력한 비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외출을 하지 않을 정도. 하지만, 오랜만의 친구들과의 여행이니 몸을 일으키고 미리 얼려놓은 물과 입고 잔 잠옷을 백팩에 챙긴다. 메모지에 적어놓으니 잊을 일이 없다. 어젯밤 작은 계획이었던 지하주차장의 차로 내려가 선글라스와 안경을 챙겨오는 일은 원활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접히는 우산은 가방에 넣었고 투명한 일회용 장우산을 들고 나갔다. 비가 멈추면 숙소에 기부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지하철역에 가는 길에 플립플랍을 신은 발은 이미 비로 흥건하다. 아파트 단지에 이렇게 많은 웅덩이를 본 적이 없다. 역에 도착하고 네이버 지도를 보니, 예상 소요 시간이 어제 확인한 것보다 더 짧다. 이득이다. 분당선 만만세.. 서울 대중교통이 정말 편리하긴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는 길에 친구들과 카카오톡 메신저를 해보니, 예상외로(?)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할 듯하다. 심지어 조금 일찍 도착했다. 

 

역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에어컨과 선풍기 모두 켜있지 않아 많이 습하고 더웠다. 역내 편의점에서 간단한 아침거리로 맛밤과 예감 감자 칩을 산다. 기차의 창문에 풍경이 정확히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무섭게 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거의 다 와있었고, 아침으로 내가 친구들에게 강원도에 가면 꼭꼭 먹자고 했던 곰치탕을 먹었다. 택시를 타고 숙소를 가니(여러 명이 여행할 때의 장점 중 장점인 N 분의 1) 아직 청소되어있지 않아 짐만 맡기고 주변을 산책했다. 비는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아직 후두두 내리고 있어 디저트를 먹을 겸 주변 다른 펜션에 있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ENFP가 두 명이나 있는 만큼(네 저는 아직 MBTI를 놓지 못하였읍니다..) 대화의 주제는 1분에 한 번씩 바뀌는 듯했다. 커피는 맛있었고 치즈케이크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몇 년 만에 먹어보는 듯한 허니버터브래드는 의외로(?) 맛있었다. 나는 이미 지난 트렌드라 했고 은교는 스테디라고 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2시 반 즈음 숙소에 들어갔다. 방을 열었더니, 우와. 너무나도 넓고(아니 광활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깨끗한 방의 모습에 다들 신이 났고 널찍한 창문에 바로 보이는 바다는 너무나도 맑고 푸르러서 황홀할 지경이었다. 괜히 아빠에게 페이스타임을 걸어 자랑할 정도였다. 일찍 일어나 기차를 탄 만큼 얼마 지나지 않아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폰을 하다가 다들 낮잠을 잤다. 수영하자고 난리인 친구. 다들 밍기적 밍기적 일어나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선크림을 발랐다. 시드물에서 받은 샘플 선크림을 얼굴에 바르니 강시가 되어 내 얼굴을 보고 친구들이 빵 터지며 놀렸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시드물이지만, 선크림은 다른 곳에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영장에 가니 비가 와서인지 물이 너무 차가워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놀았다. 

 

 

비수기에 다시 놀러오기로 한 와우펜션

 

펜션 주인아주머니가 알려주신 대로 주변 홈플러스 마트를 들러 저녁 장을 보기로 했다. 복숭아를 고르고 야채 코너를 보니 이번 여름 기후 변화로 인한 폭우 때문인지 채솟값이 정말 비쌌다. 고기보다 비싸겠다고 말했다. 버섯은 모둠으로 사려다가 양송이가 많이 먹고 싶다고 (내가) 주장하며 양송이 한 팩, 팽이버섯 한 팩으로 바꿨다. 상추와 깻잎을 카트에 담고 자리를 옮겨 삼겹살과 목살을 고르는데, 기름도 많지 않고 상태가 정말 좋아 보였다. 술은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피냐꼴라다를 해먹을 수 있는 무알콜 주스와 소주, 맥주 몇 캔으로 결정했다. 다음 날 아침으로 먹을 라면으로는 홈플러스에 나와 편의점에서 낱개로 진라면 2개, 짜파구리 1개를 샀다. 

 

 

(2편에 이어서)

 

 

 

쓰다 보니 일기보다 일지가 되어가는 닉김... 내일 이어서 써야겠다..아..니 오늘이구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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