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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내리고 갑자기 쓴 자아성찰문

수이 Sooi 2019. 5. 7. 15:14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 얼마나 중요하면 지금까지 내려오고 모든 현자들의 인생을 위한 조언이 '자신부터 제대로 아는 것'이다. 철학조빱..인 나도 그게 맞는 것 같다. 이게 왜 오늘 글로 남기고 싶었나 하면, 나름 어른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를 아직도 정말 모르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안다'라는 말은 단 한 마디이지만, 나는 그 한 단어를 쉽게 쓸 수가 없다. 지금까지 나의 모습 혹은 성격이라고 생각한 게 흔들리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나는 내가 남 눈치 덜 보고 사회 평균값 생각 덜 하고 마음대로 잘 살 수 있는 성향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 그런데 가방끈 늘리기가 끝나고 사회로 내동댕이 쳐버려진 나는 그런 인간이 절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런 성향이라고 믿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항상 사회 평균값 혹은 -평균값은 무슨- 사회 상위권의 경계선 안에 아주 잘 ~ 살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조낸 중요한 공부를 곧잘 하는 편이었고, 감사하게도 배고픈 적이 없었으며, 특목고인 예술고등학교를 나왔고 사회에서 좋은대학이라 불러지는 대학을 다녔다. 참내, 이래놓고 그 동안 나는 '내 맘대로 잘 사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다. 아니 뭐,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그 안에서는 나름 아우성을 치며 내 맘대로 사려고 노력하긴 했다. 힘들게 들어간 예고를 자퇴하겠다고 몇 개월 내내 조르고, 대학에 가서는 하고 싶은거 정말 다 하고 살았다. 중앙 공연 동아리, 교환학생, 어학연수 등 엄마가 부럽다고 할 정도로 학교 생활 신나게 했다. 그래서 자신감이 항상 넘쳤었고, 아- 난 뭘 해도 되겠다 하하 하면서 자기애 넘치게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요즈음 그런 인간이 전혀 아니다. 남과의 비교가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려 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도 하고, 애정결핍에 생긴 것 마냥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가족 혹은 친구와 항상 있기를 바라며, 참 어이없게도 혼자 갑자기 내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의 부재를 상상하며 울기까지 한다. 하하 이게 뭐야. 그래도 친구들에게 전수받은 마음가짐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거 하나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사회적 박탈감을 이기지 못하고 알바가 아닌 직장을 구하고, 흔한 직장인의 생활에 공감이 되는 것에 안도감을 받고 있지만 말이다. 아 나 '주류'에 속해있구나.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이 생각이 나를 힘들고 옭매이게 한다. 그래도 그게 내가 인간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라며 흔하디 흔한 자기위로를 해본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던데, 어쨌든 지금 그리고 오늘을 잘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 직장에서 있는 게 잘 된 건지 같은 고민 그만 하고 일단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 눈 앞에 놓인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잘 해야겠다.

   

 

20190507

수이야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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