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책 읽기는 짜릿해

수이 Sooi 2019. 6. 18. 01:51

독서는 짜릿하다.

 

   먼저, 독서를 하기 위한 책 구매는 지적 허영심을 마음껏 채워주는 죄책감 없는 소비다. 충동구매를 했다면 (가성비가 안 좋다고 생각 될 때에는) 샀을 때의 도서 상태가 그대로인 경우에 한해서 교환이나 한불도 가능하다. 그리고 요즈음 책 표지 디자인은 얼마나 감각적이고 아름다운지, 나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양장본의 실물을 보고 고민도 하지 않고 구입했다. 몇 년 전 같은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이미 가지고 있고 심지어 1부를 읽다 만 상태였다. 현재 같은 일을 반복 할 것 같은.. 위기에 처해있다. 오래 전 <사서함 11호의 선물>을 추천 받고 사 놓고 읽다 말았었는데, 최근 대형 서점에서 새로 나온 판을 보고 너무 예뻐서 황홀할 정도였다. 과소비에 반성을 하지 못 하는 점이 나의 단점(?) 중 하나다. 가령 이런거다. 예뻐서 샀지만, 이건 예쁜 쓰레기는 아니잖아요. 책이잖아! 기능이 있다구! 라며 자위를 한다. 멋진 표지를 가진 책을 보며 그 책의 내용물에도 만족이 가면 그 기쁨은 배가 된다. 독서는 짜릿하다.

 

   나는 너무도 감성적이고 연약해 빠진 존재라 쉽게 수치심을 느끼거나 우울해지는 편이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든 권수가 조금씩 늘어감에 따라 방금 한 고민이 역사상 최대의 깊고 고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 이것만큼 한 개인의 부정적 감각에 위로가 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나만 이상한 것 같고, 성숙한 것 같아 괴로워하며 머리를 혼자 얼싸매고 자의식에 빠져있다가 가벼운 철학 개론 에세이 한 권만 읽어도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진다. 그리고 훨씬 학술적이고 객관적으로 풀어놓은 논리들을 따라가며 나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그것이 어떤 사회 문화적 위치에 있는지 가늠한다. 이미 이 세상에 다녀간 사람들이 대부분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고 토론한 자료가 생생하게 남아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역시 짜릿하다.

 

   괜히 (드디어 제대로 읽기 시작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다가 혼자 뿌듯해 하며 느낀 감정을 남기고 싶어 짧은 잔상을 남겨본다. 

 

 

 

 

 

알흠다운 나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원 투